저자: 게리 피사노
2024년 3월 어느 날 완독
고백한다. 책의 내용보다는 저자의 생각, 표현이 궁금했다.
제조업에 관한 뛰어난 인사이트를 보여주는 저자의 다른 책에 매혹되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왜 제조업 르네상스인가'와는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그럼에도 언젠가 활용하고픈 마음에 기록해 둔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편견, 혁신은 스타트업만 가능하다는 편견이 존재한다. 책은 이러한 편견을 무너트린다.
목차는 1부: 혁신 전략 수립, 2부: 혁신 시스템 설계, 3부: 혁신 문화 구축 순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지속적인 혁신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전략을 개발하고, 사내 시스템을 설계하며, 문화를 구축하여야 하는지 설명한다.
1부: 혁신 전략 수립
혁신 전략 수립은, 1. 기존 시장에서 단기적으로 할 일과, 새로운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할 일을 구분, 2. 우선순위를 통해 조직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필요하다.
전구, 컨베이어 시스템, 아이패드는 혁신의 대명사다. 하지만 이러한 것만을 혁신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포장, 제조 공정의 일부를 개선하는 것도 '단순한 개선'이 아니라 '혁신'이다. 혁신을 판단하는 방법은 사회적 주목을 끌었느냐가 아니라 가치를 창출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많은 혁신이 획기적인 기술, 제품 개발과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한 쿠팡, 넷플릭스, 이케아를 떠올려보라. 이처럼 혁신은 기술, 비즈니스 모델 두 가지 축으로 진행된다.
파괴적, 획기적, 근본적 혁신은 혁신임에 쉽게 납득된다. 하지만 일상적 혁신은 혁신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다. 이는 착각이다. 애플은 핵심 플랫폼(일상적 혁신)에 대한 업그레이드로 엄청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혁신을 필요로 하는 이유가, 경쟁적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함일 것이다. 그럼 잠재적인 위협에는 어떻게 대처할까? 위협의 본질, 수익성에 대한 고려를 통해 합리적인 분석을 진행해야 한다. 분석을 통해 위협 수준에 대한 감을 얻으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4가지 가능성 중 '파티는 끝났다'를 코닥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디지털카메라가 보편화된 후, 코닥의 주력 사업이던 필름 카메라의 수요는 떨어졌다. 그리고 회생될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였다. 이러한 경우에는 두 가지 전략이 존재한다.
1. 능력 중심 대처
시장의 파이가 작아진(필름 카메라 시장)에서 경쟁하기보다는 기존 기술을 활용 가능한 새로운 시장을 찾아보는 것이다. 코닥은 특수 화학 및 재료 사업을 활용할 수 있는 시장으로 옮겨갔다. 즉 리포지셔닝 전략으로, 한 비즈니스에서 다른 비즈니스로 자원을 재배치 혹은 새로운 부문의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2. 방어와 확장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고, 시장에서 수익이 발생한다면,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최대한 쇠퇴를 미루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지 생명을 연장하는 전략일 뿐이다.
2부: 혁신 시스템 설계
기업에 맞는 혁신 방법은 제각각이다. 리더들은 자신의 기업에 알맞은 방법을 설계하고 지원해야 한다. 혁신 시스템은 새롭고 가치 있는 문제와 해결책을 '탐색'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일관된 비즈니스 개념으로 '통합'하고, 최적의 답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다양한 사례와 방법을 설명하는데, 인상 깊었던 것 위주로 적어본다.
아이팟은 애플이 개발했지만, 소니도 아이팟을 개발할 충분한 기술을 보유하고,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소니의 사업부는 각자의 손익을 책임지고, 각자의 전략을 채택했다. 즉 여러 조각을 통합할 힘이 없었다.
p.175
"소니는 결국 이 조각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없었다. 소니에서 일했던 한 임원은 스티브 잡스 전기 작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소니가 어떻게 그 기회를 놓쳤는지는 나 스스로도 믿기 힘듭니다. 스티브 잡스라면 서로 협력하지 않는 사람들을 해고했겠지만, 소니 사람들은 그 와중에서도 서로 싸우기 바빴습니다.'"
그럼 어떻게 잘 통합할 수 있을까? 여러 분야의 아이디어를 넘나들며 활용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책에서는 '지적 연결자'라 부른다. 한 분야에 몰두하는 전문가는 필수적이다. 전문가가 기업의 오퍼레이션을 책임진다. 하지만 기업의 방향성을 수립하는 사람은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AI 부흥을 이끈 딥 러닝 기술만 보더라도, 인간의 두뇌에서 영감을 받지 않았던가? 여러 분야를 넘나들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p.223
"아이젠하워는 그저 계획을 비판해도 좋다는 정도가 아니라 비판은 의무이며, 그게 모두가 이곳에 모인 이유이자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한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실제로 비판을 받아들였고, 계획은 마지막 순간까지 보완됐다. 그러나 경계는 있었다. 노르망디를 침략하려는 전략적 결정 자체는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 결정은 재검토 사항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처럼 비판은 관련된 문제에 정확히 맞춰졌을 때 가장 생산적이다."
p.227
"'나는 모호함에 대해 참을성을 가지려 노력합니다. 이는 망설임과는 다릅니다. 상반되는 견해에 대한 개방에 가깝지요.' (중략) 마음을 바꾸는 것이 리더의 나약함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민한 마음의 신호일 수도 있다."
3부: 혁신 문화 구축
문화는 구성원들의 공유된 가치이다. 제품은 가치가 투영된 실체일 뿐이니, 기업이 혁신하려면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혁신 문화를 가능케 하는 요인은 일반적으로 1. 실패에 대한 인내, 2. 실험에 대한 의지, 3. 심리적 안정성, 4. 협력, 5. 수평성으로 여겨진다. 듣고 보면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문화인데, 왜 정작 구현하기는 어려울까?
1. 실패에 대한 인내를 예시로 생각해 보자.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주저 없이 해고했고, 아마존, 픽사 등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앞서 말한 기업들은 혁신 기업으로 평가받는데, 그럼 강력한 성과 평가 시스템과 실패에 대한 인내는 공존할 수 있을까? 역설적으로, 실패에 인내하게 위해서는 조직원 개개인이 우수하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p.243
"구글이 위험을 감수하고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내부 구성원들 다수가 유능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해도 실패할 수 있다. 이는 혁신에 내재된 본질이다. 그러나 사내 'A급 팀'이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 실패가 위험에 대한 도전 때문이었는지 엉성한 실행 때문인지도 판별하기 어렵게 된다."
스타트업 문화를 대기업에 복제하기 힘든 이유도 비슷한 맥락으로 설명한다. (책을 참고하길 바란다)
p.270
"단순히 조직에 '스타트업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할게 아니라,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창업 문화의 구체적인 특성에 초점을 맞추고, 기성 기업에서 이를 따라할 수 있는지 여부를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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