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2024년 3월 어느 날 완독
세상은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무질서하게 나아간다. 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세상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세상은 우리의 모습으로서 존재합니다. 그러니 그 안에서 보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우리가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 p.275
아버지와 함께 길을 걸을 때면, 아버지는 항상 앞장섰다. 그리곤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는 하셨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쓰레기 하나 줍는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데, 왜 손을 더럽힐까'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내가 틀렸다.
아버지는 더 깨끗해진 세상을 만났을 것이다.
깨끗해진 길가를 걷는 사람들과 함께 말이다.
나의 그릇이 아직 그러한 세상을 품지 못했던 것이었다.
저자는 26살에 다국적 기업의 임원이 된 화려한 스펙의 소유자다. 하지만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사직서를 냈다. 그리곤 태국의 숲 속 사원에 귀의하여 17년간 스님으로 수행하였다. 46살, 세상으로 돌아와 사람들에게 지혜를 전달하였다. 2018년에는 루게릭병을 진단받았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달하고는 2022년,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떠난다는 말을 남기고는 세상을 떠났다.
책에는 저자의 인생, 생각, 내면이 담담하게 쓰여있다. 나도 나의 생각을 적어본다.
1. 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지 않는다
"내가 생각을 하는 것이지, 내가 곧 생각과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생각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떠오르는 생각을 모두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무비판적으로 자신과 동일시한다면 심각한 문제입니다." - p.31
잡다한 생각이 삐져나온다. 통제하려고 할수록 생각이 터져 나온다. 생각은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못하고는, 나의 주도권을 잠식한다. 요즘 나의 상황이다. 몇몇의 변수가 충돌하여 생각이 시작되었고, 그들과의 싸움에서 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인간은 한없이 나약하며 강한 존재이기에, 물러설 수 없다. 하지만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저자도 동일한 경험을 했고, 저자는 방법을 찾았었다.
내가 생각을 한다고, 그것이 나의 생각만은 아니다. 우리가 의식하는 것보다,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 훨씬 많다. 훨씬. 그때마다 생각은 몰래 우리에게 스며든다. 그리곤 잠시 우리가 의식할 때면, '내가 한 생각인가' 착각하게 만든다. 생각과 나를 구분하자.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이라고 다 믿지 말자.
나는 생각을 강제로 하는 사람이었다. 가만히 있는 것을 싫어하기에, 발전을 느끼는 것이 나의 행복이기에 뇌도 항상 가동했다. 남는 시간에는 불필요한 생각이라도 끄집어서 생각했다. 되돌아보니 발전이 아니라 혹사였다. 한정된 에너지를 쓸모없는 곳에서 소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필요한 순간에는 방전된 채로 말이다.
"우리의 정신은 어떤 면에서 이 칼과 흡사하다네. 내가 이 칼을 아무 때나 사용하면 어떻게 되겠나? 플라스틱도 자르고 콘크리트도 자르고 유리, 금속, 나무, 돌까지 마구 자른다고 상상해 보게. 날이 금세 무뎌져서 제 역할을 할 수 없겠지. 반면에 나무를 자를 때 외엔 칼집에 꽂아두고 쉬게 하면, 이 칼은 제 역할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겠지. 그것도 아주 오래오래." - p.83
2.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만나는 사람마다 네가 모르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친절하라, 그 어느 때라도." - p.277
갈등은 타인을 너무나 이성적인 존재로 간주하고, 타인이 나를 감정적인 존재로 간주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타인이 화를 낼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도보다 더 많이 화를 내면 되려, "쟤 왜 저래? 너무 감적적인 거 아니야?"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반대로, 우리가 그 상황일 때 타인이 이해해주지 않으면 서운해한다.
이처럼 인간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존재이다.
평온해 보이는 사람도 수많은 전투를 치르고 있다. 외부에서 밀려오는, 내면에서 솟구쳐 나오는 수많은 요인들에 맞서 지금 그 순간에도. 그럼에도 견디고 있는 세상 모든 이들에게 한없이 친절해라. 쓸데없이 충고하지 말자. 그저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상대에게 먼저 해주자.
+ 내면을 지배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보고 느끼는 세상은 바뀔 것이다. 그리고 내면을 지배하는 방법 중 하나가 명상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 책을 포함하여, 최근에 읽은 책에서 끝없이 명상을 언급한다. 앞서 나간 사람들의 조언을 따라보고 싶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마음이 장착된 삶이 궁금하다.
"우리는 고요함 속에서 배운다. 그래야 폭풍우가 닥쳤을 때도 기억한다." - p.208
+ 책에 수록된 토마스 산체스의 삽화는 책에 빠져들게 만든다. 책의 후반부에는 'Amazing Grace'를 재생하고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 시간을 투자한 글이 삭제되어, 야심한 저녁에 다시 작성했다. 어쩌면 명상보다 더 좋은 훈련법을 시행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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