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9 대만 여행기(1) 눈을 떠보니 세상이 밝았다. 분명 어두워야만 했다. 빠르게 휴대폰을 바라보니 부재중 알람들은 이미 3시간 전에 역할을 다했다. '아... 항공편 놓쳤다' 1시간만 잔다는 것을 제대로 자버렸고, 버스는 이미 정류장을 떠나 있었다. 다행히 타이밍이 잘 맞는다면 출국 1시간 전에 공항 도착이 가능했다. 실패하면 4일 동안 서울 여행한다는 마음으로 배낭을 멨다. 무사히 비행기에 올랐고, 대만에 내렸다.공항을 나와 타이베이 도심에 도착하니, 와... 너무 더웠다. 평균 35도에 습도까지 높았다.덕분에 하루 5끼를 먹었음에도,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었다.나는 무작정 걸으며 골목길을,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 나라에 대해 사색하는 것을 좋아한다. 근데 여기는 너무 덥다...그래서 음식점으로 들어갔다.음식점에서부터 나의 국.. 2024. 6. 29. 독일 생활기(3): 생활편 학교에서 보내주는 여름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독일, 튀빙겐에서 6주간 생활하였다. (튀빙겐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있는 대학도시이고, 튀빙겐 대학교는 1477년에 개교한 전통 있는 학교이다) 튀빙겐은 독일의 소도시로, 매우 아름다운 동화 마을처럼 다가온다. 강 위에서는 배를 타며 휴식을, 강 옆에서는 연인들이 대화를 즐긴다. 첫 날은 다 같이 튀빙겐 시내를 구경하였다. 튀빙겐 대학 건물은 도시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중세 시대의 성 속에, 도심 중간에, 거주 단지 속에 등 도시와 대학이 자연스럽게 어울려져 있었다. 오후에는 축하 파티에 참석했다. 스탠딩 파티는 처음이었는데, 스탠딩 파티는 와인 잔 하나에 의지하여 각자도생 하는 기분이었다. 자연스럽게 다가가 대화의 흐름을 읽고, 참여하고 다시 또 새로운 대.. 2024. 2. 1. 독일 생활기(2): 여행편 베를린 '여기가 독일이라고..?!' 베를린은 마치 다른 나라처럼 보였다. 각양각색의 패션과 인종, 문화가 융합된 곳이었다. 심지어 건축도 마찬가지였다. 냉전 시대의 동, 서독 거주 단지, 현대와 그래피티가 혼재된, 그 어떤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건축이었다. 베를린 곳곳을 거닐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홀로코스트 메모리얼과 유대인 박물관이었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에는 2711개의 비석이 있다. 입구에 위치한 빛이 들어오는 낮은 비석에서 시작하여, 어느덧 짙은 그림자만 보이는 높은 비석이 나온다. 마치, 일말의 희망이라도 기대했지만 결국엔 답답함과 절망감만 느꼈을, 희생자들의 처절한 아픔처럼 다가온다. 아픔의 그림자는 끝없이 이어지다, 모두가 엄숙한 표정으로 걸어 나온다. 유대인 박물관에는 절규하는 .. 2024. 1. 25. 독일 생활기(1): 적응편 부스스... 눈을 떠보니 독일이었다. 그리고 금발의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튀빙겐 역으로 독일인 버디가 데리러 왔다. 유럽에서는 텐션 없이 생존하기 힘들다고 느꼈기에 "what's up man~"을 열심히 외쳤다. 사실 그날 처음 본 사람이었다. 버디도 군대에 갔다 왔길래, 독일 군대와 한국 군대 얘기를 하며 신나게 학교에 도착했다. 학교에는 호스트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홈스테이를 신청했기에, 집주인 분이 데리러 왔다) 할머니는 영어, 프랑스어 과외를 할 정도의 지력과 품격을 지니고 있었다. 낯선 땅에서 의지할 사람이라곤 아직 할머니 뿐이었다. 도착한 집은 전형적인 독일 주택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대문 유리창이 박살 나있다...(이것이 암시였다...) 그리곤 오랜만에 버스가 아닌 방에서 .. 2024. 1. 24. 에티오피아 여행기 2022년 6월 마지막 날에. 아프리카 대륙은 꼭 가보고 싶었기에, 에티오피아를 레이오버로 거쳐갔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단 하루가 주어졌다. 숙소 엘리베이터에서 독일인 여행객, 이반과 이반 친구를 만났다. 곧 독일 생활을 앞두고 있었기에 오지랖을 부리며, 신나게 말을 걸었다. 그리곤 같이 시내를 구경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나가려던 중, 직원이 말렸다. 진짜 나갈 거냐고. 그렇다고 하자 '우리 숙소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내용의 종이를 내밀고 서명을 요구한다.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 가슴이 두근거리며 기분이 고조되었다. 도로는 심상치 않았다. 곧곧에 포진된 군인들과 60년대 차에서 나올 법한 매연가스의 묘한 조합이었다. 첫 목적지는 최초의 인류, 루시를 보러 에티오피아 국립박물관으로 향했다. .. 2024. 1. 22. 스리랑카 여행기(4) 산에서의 전반전이 끝나고, 바다에서의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첫 도시는 7시간을 달려 도착한 웰리가마였다. 도심이 보이자, 버스에서 짐을 메고 서성거렸다. 그러자 버스 기사님이 화난 표정으로 소리쳤다. 내릴지 말지 밀당하지 말라는 의미인거 같다. 나도 기사님이랑 밀당하기 싫어서 그냥 내렸다. 그리곤 내 다리에게 미안해졌다. (기사님 다시 태워줘요) 비수기에는 사람이 없기에 어딜가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특별한 묘미가 있다. 덕분에 walk-in으로 찾아간 숙소에서는 온 가족의 끊임없는 질문이 이어졌다. 싱할라어(스리랑카 언어)와 바디 랭귀지에는 친숙하지 않아 서둘러 해변으로 도망쳤다. 우기라 그런지, 해변이 생각보다 예쁘지 않았다. 하지만 컨셉은 계속되기에 해변에 누워 인간관계론을 펼쳤다. 노력에도 불.. 2024. 1. 21. 스리랑카 여행기(3) 오늘은 캔디로 이동하는 날이기에, 서둘러 숙소로 돌아와 짐을 꾸리고 캔디행 버스를 타러 이동했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정류장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를 여행할 때면 자연스럽게 외향적으로 바뀐다. 살아남기 위해선 말을 해야 한다."Excuse me, do you know where is the bus stop?" 간신히 버스에 올라탔는데, 이제는 버스가 나를 외향적으로 만든다. 이런 버스 처음이다. 영상 시청 부탁한다^^ 3시간을 달려 캔디에 도착했다. 캔디는 스리랑카 제 2의 도시이지만 여행객에게는 그저 거쳐가는 도시로 여겨진다. 나는 현지 체험을 좋아하기에 하루만 묵기로 결정했다. 캔디 시내 하지만 택시 기사님들은 나를 현지인으로 봐주지 않았는지, 어김없이 여행자 .. 2024. 1. 21. 스리랑카 여행기(2) 시기리야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탔다. 스리랑카 기차는 매우 느리게 이동하지만 기차를 타는 것만으로도 여행이다. 약간(경험상 약간이 아니다..)의 위험만 감수한다면 기차의 출입문에 걸터앉아 풍경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원하는 자리이기에 수줍게 뒤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기다림의 미학을 경험하다 빈자리를 빠르게 차지했다.풍경을 보려 했는데, 볼 수가 없었다. 기차의 속도에 맞춰 나무와 가시덩굴들이 빠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눈은 모래먼지와 사투하고 있었기에, 몸을 지키기가 쉽지 않았다. 몇 년 전 배운 쉐도우 복싱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 예상보다 적은 상처와 함께 작전상 후퇴하고 다음 기회를 기약하였다. 어느덧 밤이 되어 기차역에 도착했다. 툭툭 기사들은 영업을 시작했고, 너무 비싼 가격.. 2024. 1. 20. 스리랑카 여행기(1) 필력과 경험이 충족된다면 여행 에세이를 가장 먼저 출간하고 싶다. 단지 희망이지만,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기록해두고자 한다. 스리랑카 여행기로 시작하는 이유는 2가지이다. 1. 가장 최근에 다녀온 여행이다. 2. 최근에 방문한 카페에서 누와라 엘리야(스리랑카 도시) 홍차를 발견했다. (우연을 빙자한 운명이랄까) 여행 기간: 2023.08.24 ~2023.09.03 기대와 기다림은 반비례하기에 비행기에서의 시간은 느리게만 흘러갔다. 지겨운 시간을 견디고 있을 즈음, 인형과 놀고 있던 앞자리의 꼬마가 눈에 띄었다. 꼬마에게 장난을 치며 한국식 유머를 보여주었다. 한국에서는 먹히지도 않던 나의 유머 감각이, 왜 항상 외국에서는 잘 통하는 걸까? 꼬마와 꼬마의 어머니는 비어있던 내 옆자리로 이동해 왔다. 무대.. 2024. 1.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