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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리랑카

스리랑카 여행기(1)

by st.George 2024. 1. 20.

필력과 경험이 충족된다면 여행 에세이를 가장 먼저 출간하고 싶다.

단지 희망이지만,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기록해두고자 한다.

 

스리랑카 여행기로 시작하는 이유는 2가지이다.

 

1. 가장 최근에 다녀온 여행이다.

2. 최근에 방문한 카페에서 누와라 엘리야(스리랑카 도시) 홍차를 발견했다. (우연을 빙자한 운명이랄까)

 

여행 기간: 2023.08.24 ~2023.09.03

 

 

기대와 기다림은 반비례하기에 비행기에서의 시간은 느리게만 흘러갔다. 지겨운 시간을 견디고 있을 즈음, 인형과 놀고 있던 앞자리의 꼬마가 눈에 띄었다.

 

꼬마에게 장난을 치며 한국식 유머를 보여주었다. 한국에서는 먹히지도 않던 나의 유머 감각이, 왜 항상 외국에서는 잘 통하는 걸까? 꼬마와 꼬마의 어머니는 비어있던 내 옆자리로 이동해 왔다. 무대에 선 개그맨이 된 기분에 부담이 막중했다. '이제 대한민국의 명예를 걸고, 웃겨야 한다'

 

가능한 모든 웃긴 표정과 손짓을 활용해서 꼬마를 기분 좋게 해 주었다. 육체는 피로해지고, 정신은 꼬마와 연령대가 비슷해진 기분을 느끼고 있던 찰나, 꼬마의 언니가 부러움의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미션 성공이다...

 

다시금 나의 유머에 자신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시작이 반 이랬던가? 벌써 성공적인 여행이 될 듯한 예감이 온다.

꼬마의 어머니가 찍어준 사진

 

어느덧 콜롬보의 밤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밝은 빛으로 가득 찬 서울의 밤과는 대조되었다. 꼬마의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배낭을 메고 걸어 나왔다.

 

공항과 시내까지 1시간 정도 떨어져 있었다. 콜롬보를 온 몸으로 느끼고 싶어 창문을 열었다. 짙은 매연 냄새가 들어왔다. 호흡기는 조금 망가졌겠지만,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그리운 냄새였다.

 

호흡기를 필두로 세포들이 깨어났으니 이제는 정보를 습득할 시간이다. 택시 기사님과 스리랑카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곤 어느새 호스텔에 도착했다.

 

잠만 청할 호스텔이었기에, 매우 저렴한 방을 선택하였다. 체크인을 진행한 후, 2층 침대를 배정받았다. 조용히 짐을 풀고 2층 침대로 올라가는 사다리에 올라탔다. "삐이이끄으으삐끄으으"

 

사다리는 나사가 두 개 정도 풀린 듯하였고, 침대는 거세게 흔들렸다. '저렴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다행히도 1층침대의 이용객은 깨지 않았고, 침대에 올라가 미동의 자세로 잠을 청했다.

이등병 때도 해보지 않았던 자세인데...

기차역 앞에 위치한 1일차 호스텔

 

시끄러운 기차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깼다. 창문을 여니 바로 앞에 기차 정류장이 보였다. 스리랑카 사람들의 일상에 들어온 기분에, 흐뭇하게 아침을 시작했다.

 

콜롬보의 여행은 오늘 오전이 유일했기에, 빠르게 준비를 한 후 밖으로 나갔다. 나의 첫 목적지는 기차역이었다. 시기리야로 향하는 기차를 현지인의 도움으로 예매한 후,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호객꾼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곤 콜롬보 관광지를 택시(툭툭)로 둘러보는 상품을 제안했다. 생각보다 매우 저렴한 가격이었기에(사실 아니었다..) 별다른 흥정 없이 택시에 올라탔다. 

 

아름다운 관광지들을 구경하였지만, 새로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동남아 여행에 내성이 생긴 걸까? 하지만 택시 기사님의 열정에 즐거운 척하였다. 열심히 사진도 찍어주시며, 적은 임금으로 힘겹게 키우고 있는 자식 이야기를 해주셨다. 어쩌면 나도 자식뻘일 텐데 내가 돈을 준다는 기분이 이상했다.

 

왜인지 미안한 마음에, 내가 살 테니 같이 점심을 먹자고 제안하였다. "괜찮아. 차라리 그 돈을 팁으로 주면 고맙겠어. 그 돈으로 자식들에게 밥을 사주고 싶어"라고 말하시길래, 홀로 식당에 가서 실패할 수 없는 볶음밥을 주문했다.

 

식사를 마친 후, 다시 택시에 올라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품 요금을 다시 확인했다. 그러자 택시 기사님은 "아니야, 그건 관광지 1개를 둘러보는 요금이야. 너는 지금까지 4개를 둘러보았으니 4배로 내야 돼"라고 말하였다.

 

'후...' 순간 화가 치밀어올라 래퍼 뺨치는 속도로 영어가 나왔다. 두둑이 팁을 드려야겠다는 마음은 빠르게 사라졌고, 내가 지불 가능한 한계선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나쁜 사람은 아니었던지, 협상은 빠르게 타결되었고, 목적지를 잃은 나는 콜롬보 항구에 내려달라고 하였다.

택시 안은 고요함과 어색함으로 가득 찼다. 콜롬보 항구에서 빠르게 내린 뒤, 바다를 둘러보았다.

 

20년을 바다에 살았음에도 이처럼 예쁜 바다는 오랜만이었다. 아니, 파도가 예쁜 바다는 처음이었다. (참고로 스리랑카는 서핑으로 유명하다)

 

콜롬보 항구에는 연인,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거나, 연을 날리며 정겨운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정겨운 풍경에 흐뭇한 표정을 보이며 지나가자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앞, 뒤로 배낭을 메곤 힘겹게 걸어가는 사람이, 흐뭇한 표정을 하고 있으니 신기하긴 했을 것이다.

그러자 어깨의 무게가 느껴졌고 바로 앞에 위치한 스리랑카 최대의 쇼핑몰로 도피했다.

눈부신 파도가 달려오는 콜롬보 항구

 

생각해 보니 도피처로 적절치 않았던 듯하다. 괴상한 배낭을 메고 걸어 다니기에 쇼핑몰은 적절치 않은 장소였다.

 

빠르게 테라스에 위치한 카페로 올라가 시원한 맥주를 주문했다. 땀을 식히고 있을 무렵 사람들이 나를 보며 웃는 시선이 느껴졌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을 무렵, 그중 한 명이 "Are you Korean?"이라고 질문했다. 웃으며 "Yes"라고 말하자 다들 웃었다. 내가 한국인처럼 생기지 않은 것인가. 나도 동의한다.

 

쇼핑몰을 나와 낮에 갔던 기차역으로 향했다. 이제는 시기리야로 갈 시간이다. 

그리고 아직 시간은 오후밖에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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