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의 전반전이 끝나고, 바다에서의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첫 도시는 7시간을 달려 도착한 웰리가마였다.
도심이 보이자, 버스에서 짐을 메고 서성거렸다. 그러자 버스 기사님이 화난 표정으로 소리쳤다. 내릴지 말지 밀당하지 말라는 의미인거 같다.
나도 기사님이랑 밀당하기 싫어서 그냥 내렸다. 그리곤 내 다리에게 미안해졌다. (기사님 다시 태워줘요)
비수기에는 사람이 없기에 어딜가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특별한 묘미가 있다. 덕분에 walk-in으로 찾아간 숙소에서는 온 가족의 끊임없는 질문이 이어졌다.
싱할라어(스리랑카 언어)와 바디 랭귀지에는 친숙하지 않아 서둘러 해변으로 도망쳤다.
우기라 그런지, 해변이 생각보다 예쁘지 않았다. 하지만 컨셉은 계속되기에 해변에 누워 인간관계론을 펼쳤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아, 내 발로 찾아가 현지 꼬마 친구들과 물놀이를 했다.
역시 자존심은 쓸모가 없다. 먼저 다가가야 한다.
서핑 교습을 받았다. 제주도에서 받은 서핑 교습과 비슷했다. 하지만 스리랑카의 파도는 매우 높아, 환상적인 승차감을 제공했다. 다만 다시 바다로 나갈 때는 그 파도를 헤쳐나가야했기에, 1시간 후 기꺼이 포기했다.
이제 내 인생에 서핑은 없다.
해변에서 달리기를 하다, 고기잡이 배를 정박시키는 모습에 신기해 지켜보고 있었는데, 누군가 나를 불렀다.
약간의 노동력을 착취당했지만, 일상을 공유할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었다.
오늘은 오토바이 데이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 버스마저 역주행을 하는 도로에서의 라이딩이란... (근데 진짜로 버스가 역주행을 하며 오토바이 앞으로 다가온다. 그 순간의 공포감은 참신하다)
해변을 달리다 잠시 주차장에 오토바이를 멈추고 휴식을 취했다. 돌아가려는 찰나, 누군가 해변 관람 요금을 요구했다.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아 줄 수 없다 말하니, 건장한 청년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청년은 '더러우니 그냥 가라', 나는 '더러우니 그냥 돈 준다'는 느낌으로 오해를 키워갔지만, 다행히 오해가 풀렸다. 싸우고 나면 가장 친한 친구가 되지 않는가?
만남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다행히 목숨을 잘 부지해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
거북이와 바다 수영을 할 수 있다는 히카두와로 향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거북이와 수영을 하러 거북거북 걸어갔다. 막상 하고나니 주변에 할 것이 전무하여 '그냥 다른 도시로 갈까' 생각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주인 아들분이 다가오며 "내일 아침에 스노쿨링하러가자"라고 말하길래,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에 그냥 머물렀다.
신의 한 수였다.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으러 음식점으로 향했다. 미묘하게 흘러내리는 침에 어쩌다 새우 요리를 주문했다.
후회도 잠시, 버터에 구운 새우는 사르륵 녹아내렸고, 자연스럽게 한 접시 더 주문했다.
밥을 먹고 해변에 누워, 치킨을 뜯으며 쏟아지는 별빛을 바라보았다. 별빛이 예뻤던 것일까, 치킨이 맛있었던 것일까.
스리랑카 여행 최고의 순간이었다.
다음 날도 어김없이 비가 쏟아졌다. 러닝은 포기하고, 해먹에 누워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서양 여행자들이 왜 장기 여행을 많이 하는지, 왜 여유로워 보이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어느덧 주인 아들분과 스노클링을 하러 갔다. 바다 안은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바다 안에서 하는 명상 프로그램을 만들면 떼돈을 벌 듯하다.
내 머리가 컸던지, 스노클링 장비가 부서졌다...
주인 아들분이 순간 당황한 표정을 보였다.. 나도 당황했다... (베레모 58 사이즈의 비극)
주인 아들분은 포환 던지기 국가대표를 할 정도로, 덩치가 매우 컸다.
다행히 포환처럼 던져지지는 않았고 웃으며 잘 넘어갔다. (착한 친구다)
한없이 따뜻함을 보여준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는, 오늘도 음식점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상어 스테이크를 도전해 보았지만,
상어는... 음... (실수로 참치 캔을 준 맛이었다)
기차를 타고 콜롬보로 향했다.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다. 고마워 스리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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