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마지막 날에.
아프리카 대륙은 꼭 가보고 싶었기에, 에티오피아를 레이오버로 거쳐갔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단 하루가 주어졌다.
숙소 엘리베이터에서 독일인 여행객, 이반과 이반 친구를 만났다.
곧 독일 생활을 앞두고 있었기에 오지랖을 부리며, 신나게 말을 걸었다.
그리곤 같이 시내를 구경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나가려던 중, 직원이 말렸다. 진짜 나갈 거냐고.
그렇다고 하자 '우리 숙소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내용의 종이를 내밀고 서명을 요구한다.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 가슴이 두근거리며 기분이 고조되었다.
도로는 심상치 않았다. 곧곧에 포진된 군인들과 60년대 차에서 나올 법한 매연가스의 묘한 조합이었다.
첫 목적지는 최초의 인류, 루시를 보러 에티오피아 국립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을 나와 시내를 걸었다. 거리에는 부랑자들이 꽤 많았었고, 가끔은 살기를 내뿜는다.
20개국을 여행하며 살기를 느껴본 적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몇 명은 우릴 보고 웃으며, 툭툭 건드렸다.
혼자였다면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게 숙소로 도망갔을 것이다.
에티오피아 원두를 경험하러 카페로 갔다.
한국에 들어오는 에티오피아 원두랑 맛이 똑같았다.
요즘엔 수입 품질이 좋아졌나 보다. Global-SCM의 위대함을 느낀다.
전통 음식을 먹으러 갔다. 나에게는 한식이 최고다.
밥을 먹고 친구들에게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 가볼래?" 물어봤다.
그들에겐 흥미가 없을 수 있었지만 감사히도 흔쾌히 응해주었다.
에티오피아에 온 이유를 달성했다. 다시금 애국심이 끓어오른다.
참고로 에티오피아 황실 근위대였던 강뉴부대는, 253전 253승을 남겼다.
숙소로 돌아와 직원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떠날 채비를 마쳤다.
경제적, 정치적 상황은 좋지 않을지라도 각 개인으로 보면 좋은 사람들로 가득찬 나라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이반이, "베를린에 오면 연락해"라며 번호를 주었다.
에티오피아에서 끝날줄 알았던 인연이 베를린까지 이어졌다.
인류애를 느끼게 해준 고마운 친구.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