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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2024-11] 축적의 길

by st.George 2024. 3. 8.

저자: 이정동

2024년 3월 어느 날 완독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축적의 길

 

기적의 정의는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이다. 대한민국은 실행을 바탕으로 1등 기업을 빠르게 벤치마킹해 가며,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믿기지 않는 성장을 이룩하였다. 너무 빠르게 성장한 반작용인지, 성장은 어느덧 멈춘 것처럼 보인다. 그 본질은 개념설계 역량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모든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개념설계와 실행으로 이루어진다. 대한민국은 실행 중심으로 발전하였고, 실행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다음 단계인 개념설계로 쉽게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챔피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개념설계가 필수적이다. 애플, 퀼컴 등 글로벌 챔피언 기업은 개념설계를 제시하면서 비즈니스를 새롭게 제시하고, 자신만의 판을 만든다. 개념설계를 하지 못하는 기업은, 매번 글로벌 챔피언 기업이 만든 판에 적응하기 바쁘다.

 

건축을 예시로 생각해 보자. A 초고층 빌딩의 시공(실행)은 국내 기업이 진행하고, 건축설계, 토목설계, 구조설계(개념설계)는 모두 외국 기업이 진행하였다. 실행은 개념설계를 기반으로 진행되기에, 실행 기업은 개념설계 기업에게 모든 허락을 구해야만 한다. 실행을 담당하는 회사는 자재를 구매할 때도 설계에 제시된 요구조건을 충족해야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할 때조차 개념설계 기업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설령 실행 기업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개념설계 기업이 허락해 줘도 그 아이디어는 개념설계 기업의 아이디어가 되고, 이는 끊임없이 개념기업에게만 축적된다.

 

개념설계 역량은 축적의 시간에서 비롯된다. 개념설계 역량은 사 올 수도 없고, 아이디어 하나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시행착오를 통한 축적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다. 책은 개념설계의 중요성과, 개념설계를 가능케 하는 축적의 전략 및 나아갈 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저자는 축적의 전략, 축적의 길을 다섯 가지로 제안한다.

축적의 전략 1. 축적의 경험을 담는 궁극의 그릇, 고수를 키워라.

축적의 전략  2. 아이디어는 흔하다, 스케일업 역량을 키워라.

축적의 전략  3. 시행착오를 뒷받침할 제조현장을 키워라.

축적의 전략  4. 고독한 천재가 아니라 사회적 축적을 꾀하라.

축적의 전략  5. 중국의 경쟁력 비밀을 이해하고 이용하라.

 

각각의 전략들 모두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만 간략히 언급하겠다.

 

축적의 전략 4.

IQ 수치가 높은 천재는 세계 어느 곳에나 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천재는 주로 선진국에서 나온다. 혁신은 조합이기 때문이고, 조합은 재료들에 따라 결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 위치한 말라위의 가난한 마을에서는 화성행 로켓 발사를 꿈꾸는 청년을 만나볼 수 없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태양광 발전기를 만들어보는 초등학생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누군가는 보고 들은 적이 없어 꿈을 가질 수조차 없고, 누군가는 그 꿈이 당연시되는 곳에 살고 있다. 수 세기 전에 태어난 아이작 뉴턴도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축적의 전략 2.

아이패드가 세상에 나오기 19년 전인 1991년에, 팔로알토연구소에서 이미 태블릿 PC의 형태를 개발하였다. 하지만 빛을 발한 건 아이패드만이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보다, 세상에 빛을 발하는 날까지 시행착오를 견디며 스케일업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이 구절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개인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p.112 구절을 참고하자.

 

p.112

"개인도 마찬가지다. 이것저것 뜬다는 키워드를 쫓아다니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만 머릿속에 잔뜩 넣어서는 개념설계를 할 수 있는 전문가, 고수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 우연이든 어떤 계기로든 하나의 아이디어를 구하게 되었으면, 그때부터 꾸준히 남들이 겪지 못한 수준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혁신적 개념설계를 내어놓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가야 한다."

 

p.87

"모든 것을 클릭 몇 번으로 알아낼 수 있는 시대인데도 불구하고, 특정한 물리적 위치에 창의적인 사람들이 더 모이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는 인터넷에서 정보가 많이 공유되면 될수록, 그런 형식지 형태의 지식은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창의적인 시행착오의 경험은 암묵지로서 더욱 희소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바야흐로 거리가 소멸된다고 하는 인터넷 시대일수록 물리적 거리가 더 중요한 창의적 클러스터의 시대가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무렵, 작가의 다른 작품인 축적의 시간을 펼쳤다. 대학 면접 대비를 목적으로 읽었을 것이다. 어느덧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였다. 이번에는 앞으로의 인생에 대비하기 위해 책을 펼쳤다. 두 책은 각각 2015년, 2017년에 나왔지만, 시간의 흐름에 구애받지 않고 여전히 울림을 준다. 저자의 의도를 글에 담고 싶었지만, 혹시 모를 왜곡을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문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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