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저자: 니콜라스 카
2023년 12월 어느날 완독
뇌가 파편화되는 착각이, 점점 진실이 되어가는 기분이 들곤 한다. 과업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에는 능숙해졌지만, 이해조차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다 활자를 읽고, 사색을 하다보면 파편화된 뇌의 조각들이 퍼즐처럼 맞춰진다.
이 책은 IT 기기와 인터넷 사용의 영향으로, 내가 경험한 퇴화가 보편적임을 말한다. ‘1부: 문자 혁명과 인간 사고의 확장’에서는 문자, IT가 각각 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설명한다. ‘2부: 인터넷, 생각을 넘어 뇌 구조까지 바꾸다’에서는 스크롤, 읽기 방법 등 인터넷 사용형태에 따라 변화한 뇌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IT, 인터넷의 영향으로 인간의 사고는 퇴화하고 있다’이다.
혹자는 설령 개인의 능력은 퇴화했다 하더라도 더 많은 정보에의 접근성과, 더 많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기에 더 좋은 성과를 보여줄 수 있지 않냐 말할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뇌의 사고가 멈춘 채, 광활한 파도 앞에 쌓여진 모래성은 그만 만들고 싶다. 작더라도 견고한 나만의 성을 만들고 싶다. 책에서 말하는 본질은 일관되기에, 인상깊었던 구절과 나의 생각을 서술해본다.
Page 9.“시냅스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훈련만으로도 많은 수가 광범위하고도 지속적인 변화를 경험한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가? 이 책에 나온 사례에 따르면 단 몇 일간의 컴퓨터 사용만으로도 뇌의 구조는 변화했다고 말한다. 변화에는 좋고 나쁜 것은 없지만, 컴퓨터 사용으로 변화한 뇌 구조는 사회적으로는 좋지 않은 형태일 것이다. 깊게 생각하는 것을 회피하고, 더욱 많은 도파민을 갈망하는 그런 형태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산만함은 공감과 같은 감정을 더욱 줄인다고 말한다.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검색을 하는 것이 답답하여, 생성형 AI에게 먼저 질문부터 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에 맞추어 독서와 사색의 시간의 균형을 맞추면, 다시 예전의 뇌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Page 348. "더 많은 저널들이 온라인 발행으로 옮겨가면서 학자들이 인용한 논문의 양은 사실 예전보다 더 감소했다. 오래된 인쇄본 저널이 디지털화되어 웹에 올려지고 있지만, 학자들은 최근 논문들을 더 자주 인용하고 있었다. 에반스의 묘사에 따르면 가능한 정보의 확장은 과학과 학문의 편협함을 낳았다. (중략) 게다가 하이퍼링크를 따라가는 것이 용이해짐에 따라 온라인 연구자들은 인쇄물로 연구했던 이들이 저널이나 책 페이지들을 넘기며 습관적으로 훑어보던 관련성이 적은 논문들은 상당수 그냥 지나치게 된다."
우리 뇌는 편한 길을 추구한다. 이에 역행할 수 있으면 성공한다. 그렇기에 대부분은 편한 길을 따른다. 인터넷으로 습득한 정보는 책에 비해 접근성이 매우 좋다. 그렇기에 검색창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정보를 참고하거나, 혹은 정보를 습득하는 동시에 다른 정보는 뭐가 있나 찾아보곤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정보는 휘발된다. 반면 책으로 얻은 정보는 그 과정이 상대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정독하고 귀중하게 간직하게 된다. 연구에서도 이렇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대부분의 연구는 이전 연구자의 연구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학계에 충격을 주는 연구는 완전히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고, 이러한 연구는 ‘관련성이 적은’ 다른 논문을 참고하여 나올 가능성이 높다. 딥러닝이 신경세포를 모방한 것처럼 말이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어쩌면, 특정 학문의 발전 속도는 더욱 늦춰지지 않을까? 편협함이라는 더욱 견고한 성에 둘러싸인 채로 말이다.
책을 읽으며 맑아진 뇌를, 다시 유튜브라는 망치로 산산조각냈다. 그리고 이를 오늘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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