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에리히 프롬
2024년 1월 어느 날 완독
"사랑의 기술이란 책이 있는데... 읽어 봐"
어느 날 친구가 문득 스쳐가듯 말하였다.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할까?' 생각하고, 기억 속에 묻어두었다.
시간이 흘러, 사랑에 대한 독자적인 사고를 정립하고 싶어졌다.
그리곤 책을 펼쳤다.
책은 1. 사랑은 기술인가?, 2. 사랑의 이론, 3. 현대 서양 사회에서 사랑의 붕괴, 4. 사랑의 실천,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의 기술도 논하지만, 사랑에 대한 생각과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함에 무게를 둔다.
철학 서적을 읽을 때면, 인상 깊은 구절을 자주 접하곤 한다.
그러나 책을 읽고 회상해 보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뭐였지?', 기억을 잊곤 한다.
개별적인 구절은 이해할 수 있지만, 철학 서적을 종합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사고 능력이 부족한 것 아닐까 자가진단해 본다.
이처럼 미완의 사고 능력을 지녔기에, 개별적인 구절에 관한 생각만 끄적여본다.
하지만 개별적인 구절만으로 해석하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따라서 해당 구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임을 강조한다.
p.17
"두 사람이 친숙해질수록 친밀감과 기적적인 면은 점점 줄어들다가 마침내 적대감, 실망감, 권태가 생겨나며 최초의 흥분의 잔재마저도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그러나 처음에 그들은 이러한 일을 알지 못한다. 사실상 그들은 강렬한 열중, 곧 서로 '미쳐버리는'것을 열정적인 사랑의 증거로 생각하지만, 이것은 기껏해야 그들이 서로 만나기 전에 얼마나 외로웠는가를 입증할 뿐이다."
책의 처음부터 사랑에 기술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사랑이 자연스럽게만 진행된다 생각하면, 열정의 부재를 사랑의 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사랑의 처음을 함께했던, 열정이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어느덧 사라졌으므로. 그러나 그 또한 사랑이고, 이후에 다가올 새로운 감정 또한 사랑 아닐까?
감정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영화 중경삼림(왕가위, 1994)의 대사를 말하고 싶다.
"만약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나의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
p.43
"주는 것은 잠재적 능력의 최고 표현이다. 준다고 하는 행위 자체에서 나는 나의 힘, 나의 부, 나의 능력을 경험한다. (중략) 주는 것은 박탈당하는 것이 아니며 준다고 하는 행위에는 나의 활동성이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주는 것은 받는 것보다 더 즐겁다."
해당 논지는 책에서 주요하게 말하는 부분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등가교환에 기초한다. 속임수가 없는 공정한 등가교환은, 칭찬받는다. 그러나 사랑에 마저, 공정성의 윤리가 스며들었다.
사랑에서만은 등가교환을 멈추자. 사랑을 받는 사람에서 주는 사람으로, 나아가 다른 방면에서도 나눔의 미덕을 경험하고, 나눔의 즐거움을 추구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은...
p.81~82
"어머니는 어린아이의 분리를 관용할 뿐 아니라 바라고 후원해주어야 한다. 이 단계에서 모성애는 비이기성, 곧 모든 것을 주면서도 사랑하는 자의 행복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능력을 요구하는 어려운 과업으로 변한다. 또한 이 단계에서 많은 어머니는 모성애라는 그들의 과업에서 실패를 겪는다. 자아도취적이고 지배욕과 소유욕이 있는 여자는 어린아이가 연약할 때만 '사랑하는' 어머니로서 성공할 수 있다. 오직 참으로 사랑할 줄 아는 여자, 받기보다 주는 데서 더 많은 행복을 느끼는 여자, 그녀 자신의 실존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여자만이 어린아이가 분리 과정을 밟고 있을 때도 사랑하는 어머니일 수 있다."
앞서 말한 나눔, 비이기적인 사랑을 연습하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이다.
부모의 도움 없이는 어떠한 것도 행할 수 없었던 아이는, 어느덧 친구가 생기고, 부모와 다른 생각을 하는 청소년이 된다. 그리곤 어느덧 부모의 품을 떠나 어른이 된다.
모든 것을 바쳐 키운 자식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부모의 상황에 처해 보지 못한 내가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비이기적인 사랑만이, 부모와 자식이 온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사랑에 훈련이 필요할 때면 책장 깊은 곳에서 다시 꺼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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