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존 스튜어트 밀
2024년 2월 어느 날 완독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개인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 아래 책은 전개된다. 각 장들은 주장이 왜 타당하며 필요한지,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다양한 사고실험을 통해 전개한다.
(제2장: 생각과 토론의 자유, 제3장: 개별성, 제4장: 사회가 개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 제5장: 현실 적용)
나는 보편적이지 않은(주로 반대되는) 주장을 말하기(새로운 주장을 펼칠 능력은 많이 부족하다)를 즐겨한다. 주목받고 싶어서인지, 용기 있는 척하고 싶은 건진 모르겠지만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회의 중 누군가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면, 가끔은 반감이 들곤 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그러질 못하니 말이다.
사회화가 진행되다 보니 "모두 짜장면으로 통일해"라는 말처럼, 가끔은 주류에 편승하는 사람이 되었다. 주류가 나쁜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짬뽕을 시키고 싶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억압한다면,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침묵을 강요당하는 의견(ex. 위에서 짬뽕)은 진리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를 부인하면(ex. 그냥 짜장면 시켜) 진리를 찾을 가능성을 배제하게 된다. 설령, 침묵을 강요당하는 의견이 틀린 것이라도 진지하게 들어봐야 한다. 침묵을 강요당하는 의견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현재 받아들이고 있는 의견의 근거를 보충할 수 있다(ex. 왜 짜장면이 더 좋은지의 근거). 만약 현재 받아들이는 의견을 시험과 생각도 없이 그저, 당연하게만 받아들인다면 온전히 이해하고 수용할 수 없다(ex. 그냥 짜장면만 이때까지 먹어왔기에). 따라서 침묵을 강요당하는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어떠한 경우라도 도움이 된다.
개별성에도 마찬가지 논리를 적용한다. "좋은 거니까 그냥 해"처럼 관습에 의해 무비판적으로 행해지는 것들이 있다. 이유 없이 그저 좋은 대학에 가려고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만약 남에게 피해를 주는 길로 엇나간다면 자유에 제한을 둘 수 있지만,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고 방향성만 옳다면 개별성은 개인에게 위임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온전한 사고를 할 수 없는 나이, 환경에 대해서는 자유에 제한을 두기에, 모든 상황에서 전적으로 자유를 허용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저자가 교육에 관해서는 어떻게 말할지는 확신이 안 든다..)
그 이유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관습을 만든 사람들의 경험이 지엽적이거나 경험을 잘못 해석했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해석이 옳더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은 것일 수 있다.
만약 해석도 옳고, 다른 사람에게도 어울리는 것이라면 전적으로 따라야 할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관습을 당연히 받아들인다면, 선택하는 과정에서의 배움을 누릴 수 없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옷을 입을지부터, 어떤 직장을 선택할지 등 크고 작은 선택을 매번 해야 한다. 좋은 관습을 받아들여도, 그 과정에서 선택에 필요한 것들을 배우지 못한다면 얻은 것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오지 여행을 왜 가냐'고 묻는다. 위험하다고, 한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말이다. 하지만 오지 여행은 위험을 감지하고 빠르게 판단하는 방법과, 삶에 감사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덕분에 인생에 닥칠 수많은 난관을 미리 경험하고, 더 보람찬 인생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편안한 여행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관습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에서 벗어난 개별성은 나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자유론은 1859년에 쓰였음에도, 여전히 교훈을 준다. 더 이상 자유론이 필요하지 않은 미래를 상상해 본다. 너와 나의 생각이 서로 상생하며, 서로가 존중받는 시대.
p.99
"우리는 우리와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설명하거나 아니면 그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어떤 한 진리를 더 생생하고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그 진리가 보편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이런 소중한 기회를 잃게 된다면, 그로 인해 얻는 것도 있겠지만 잃는 것도 만만치 않다."
p.128
"그저 관습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기만 하는 사람은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중략) 만일 사람이 세상 또는 주변 환경이 정해주는 대로 살아간다면, 원숭이의 흉내 내는 능력 이상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군 복무 시절, 책 읽기의 기쁨을 느끼곤 영내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책을 펼쳤다. 더 이상 관심 가는 책이 남아있지 않던 찰나, 동기의 책을 빌려보았다. 그 책이 '자유론'이었다.
책의 논리에 흠뻑 빠져들곤 동기와 기념으로 서로의 책을 교환하였다. 3년이 지나 다시 펴본 자유론은, 그때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3년 전에는 현란한 논리를 어렵게 따라가며, 저자의 사고에 감탄하기 급급했다. 그때와는 사뭇 달리, 약간은 비판적인 생각이 드는 부분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시 펼쳐보고 싶은 책임에는 변함이 없다.
책에서는 사회와 정부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적혀있지만, 한 몸 건사하기 바쁜 처지이기에 개인적 생각만으로 글을 마무리하였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미안한 감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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