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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독일

독일 생활기(1): 적응편

by st.George 2024. 1. 24.

부스스... 눈을 떠보니 독일이었다.

그리고 금발의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튀빙겐 역으로 독일인 버디가 데리러 왔다.

유럽에서는 텐션 없이 생존하기 힘들다고 느꼈기에 "what's up man~"을 열심히 외쳤다.

사실 그날 처음 본 사람이었다.

 

버디도 군대에 갔다 왔길래, 독일 군대와 한국 군대 얘기를 하며 신나게 학교에 도착했다.

마지막 날, 버디와

 

학교에는 호스트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홈스테이를 신청했기에, 집주인 분이 데리러 왔다)

 

할머니는 영어, 프랑스어 과외를 할 정도의 지력과 품격을 지니고 있었다.

낯선 땅에서 의지할 사람이라곤 아직 할머니 뿐이었다.

 

도착한 집은 전형적인 독일 주택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대문 유리창이 박살 나있다...(이것이 암시였다...)

 

그리곤 오랜만에 버스가 아닌 방에서 잠을 잤다.

첫 날, 방에서

 

일어나 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방에는 전등, 와이파이가 없었다. 나는 자연인이다.

 

거실로 나가보니 할머니가 뭔가 이상하다. 낮에 본 할머니가 아니다.

 

입은 돌아가있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심지어 걷다가 혼자 넘어지고 바지에 실수까지 하셨다.

 

다음 날이 밝았다.

아침에 본 할머니는 말도 잘하시며 교양인의 모습을 하고 계셨다.

'내가 꿈꾼 것인가' 진지하게 의심해 보았다.

 

며칠 지켜보니 아니었다. 저녁에는 매번 넘어지고, 실수하고, 아침이면 또 멀쩡했다.

지킬 앤드 하이드에 출연하셨으면 뮤지컬 계의 획을 그으셨을 것이다.

 

집 안은 점점 찌린내로 진동하기 시작했고, 집에 들어가기 싫어졌다.

'할머니한테 저러다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하지'는 걱정에 더 무서워졌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청년이다.

할머니의 소득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여 참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말한다.

"오늘 집에 수리공들이 올 텐데, 혹시 도둑맞을지 모르니 나한테 돈을 맡겨놔"

 

어찌 됐든 독일에서 믿을 사람은 할머니 밖에 없었기에 500유로가량을 맡겼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학교 측에 말했다. 할머니가 이상하다고. 그리고 와이파이, 전등도 없어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다른 친구들은 모두 친절한 호스트와 함께 최상의 컨디션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리곤 학교 측 매니저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가니 매니저가 벌써 코를 막고, 눈을 찡그린다.

그러더니 짐을 싸라고 하고 같이 나가자고 한다.

 

알겠다고 말하고, 돈을 받아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할머니에게 맡긴 돈은 없어졌다..!

 

알코올 중독에 빠져, 이미 탕진했던 것이다. (나중에 돈을 잘 돌려받았다)

마지막 날, ...

 

매니저가 대신 싸워주고, 매니저 집으로 향했다. 그리곤 그의 집에 얹혀살았다. 

하... 이게 뭐람.. 왜 나만..?

 

몇 주 뒤에는 튀빙겐 대학교 기숙사로 이사를 갔다. 

얼떨결에 3곳의 숙소를 경험해 보았다. 

기숙사에서의 마지막 날

 

결과론적이지만 덕분에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터전에 녹아들며, 배우고 좋은 사람들과 더 많이 교류하는 시간이었다.

적응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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