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아래의 문구를 적었다.
"2022 스마트팩토리 오토메이션 월드를 방문하고 발전한 기술에 놀란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지녔음에도 왜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못하였을까’는 의문이 들었고, ~ "
2년이 흘러, 2024 스마트팩토리 오토메이션 월드에 방문했다.
2년 전에는 발전한 기술에 놀랐고, 지금은 그 기술이 이미 상용화되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2년 전에는 無의 지식이었다면, 지금은 약간이나마 有의 지식이 축적되어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기억을 연장시키고픈 마음에 기록한다.
현장에 인력 유입은 줄어들고, 임금은 올라가고 있다. 손익분기점이 앞당겨져서인지, 자동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느낀점을 물류 자동화 관련 기업과 제품군을 중심으로 적어본다.
*회사와 아무 연관도 없다. 이미지의 배치도 아무 연관이 없다.
*정확하지않은 주관적인 생각이니, 편하게 봐주길 바란다.
AGV/AMR
하드웨어의 가격은 많이 하락한 반면, 코로나를 기점으로 물류 수요는 많이 증가하였다. 덕분에 AGV/AMR은 상용화가 많이 이루어졌고, 정교해졌다.
이제는 산업이 필요로 하는 스펙을, 누가 충족하는지 경쟁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기계는 잘 모르지만, 회사마다 제품의 성격이 다른 것처럼 보인다.
참고로 위의 영상은 중국 기업, 아래의 이미지는 한국 기업의 제품이다. 박람회에는 한국 기업들이 많이 출품하였지만, 대부분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접근하였다. AGV/AMR 하드웨어는 중국 기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 기업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다.
(비슷한 원리일 것으로 예상되는?) 무인 지게차도 많이 보였다. 중장비는 사람이 꼭 필요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센서와 AI 이미지 인식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팔레트를 인식하고, 물건을 잘 운반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생각해보면 물류는 상대적으로 자동화되기 쉬운 부분이다. 규격에 맞는 제품군들과,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활동들이 주를 이루니 말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물류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물류 분야에서의 경쟁 결과가, 다른 부분에 미칠 영향이 궁금하다.
마찬가지로 팔레타이징, 랩핑 머신 등도 많이 자동화되어 있었다. AGV가 운반한 물건을 팔레타이징하여, 지게차로 옮긴 후 랩핑까지. 언급된 모든 단계에 사람의 개입이 전혀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추가로 생각보다 많은 회사가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었고, 예상하지 못했던 회사들도 비즈니스 모델로 들고 나왔다. 기존에 알고 있던 회사는 1~2개 정도였기에 매우 신기했다.
AS/RS
AS/RS(Automated Storage and Retrieval Systems)에서 가장 유명한 AutoStore를 실제로 보게 될 줄 몰랐다. 무척 반가웠다.
지금은 빠른 배송이 핵심이 된 시대다. 창고 크기를 75%가량 줄일 수 있는 AS/RS와 MFC(Micro Fulfillment Center)를 결합하면 당일 배송을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직접 구매하러가는 것보다 더 빨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영상을 보면 로봇은 가장 상층부만 돌아다니며 빈을 가져오거나, 가져다 놓는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빈도가 가장 높은 빈을 제일 위에 놓겠지만, 가끔은 가장 아래에 있는 빈을 가져와야 할 것이다. 그러면 그 위에 있는 빈들 모두를 다른데로 옮겨야 하기에 시간이 많이 걸릴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매우 적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리곤 '로봇이 빈을 옮겨오는 단계가 병목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로봇이 빈을 옮겨온 후에는, 사람이 빈에서 물건을 Picking한 후, Packing할 것이다.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로봇이 빈을 옮겨오는 단계가 가장 느릴 줄 알았는데, 어쩌면 그 이후의 단계가 더 느릴 수도 있겠다는 의미이다.
기업 운영의 관점에서는 98%에서 99%의 개선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본다.
스마트 글래스
몇 년 전, 스마트 글래스 관련 기사에서 작업자가 착용감, 자유도의 면에서 스마트 글래스에 불만이 있다는 내용을 읽었다. 그리곤 '과연 상용화가 가능할까'는 의심을 품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생각이 바뀌었다.
현장에서는 작업자의 능숙도에 따라 큰 편차가 생기는데, 스마트 글래스는 편차를 줄이게 도와줄 듯하다. 현장의 작업자가 직접 해결 불가능한 문제는 스마트 글래스로 촬영하여, 전문가에게 즉각적으로 전송하며 통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해외 공장 신설, 저숙련 작업자의 유입 등으로 작업 능숙도에 편차가 커지고 있는 요즘에는 유용한 역할을 할 것 같다.
협동로봇
협동 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면서 사람과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이다. 이번 박람회에서, 협동 로봇의 역할이 산업용 로봇으로 많이 넘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함께 일하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산업용 로봇은 사람 없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음)
와인도 잘 따르고, 감자튀김도 잘 튀기고... 심지어 용접까지 한다. 용접까지...
기타
1.
학부시절, 물류 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인터넷 기사와 이미지를 토대로 열심히 조사하고 방향성을 제안하였지만, 마음 한편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현장에 가본 적도, 물류 장비를 본 적도 없으니 내가 하는 말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도 당시 조사했던 경험은 큰 자산으로 남아있다.
덕분에 생소한 분야와 친숙해졌고, 휠소터와 같은 장비들을 눈여겨 살펴볼 수 있었다. 그래서 휠소터를 보고는 반가웠다.
그래도 백문불여일견이다. 종종 보러와야겠다.
2.
2년 전, 학회 세션을 통해 제약이론(TOC, Theory of Constraints)과 Bottleneck을 처음 접했다. 작년에는 책 'The Goal'을 통해, 그리고 올해는 수업을 통해 다시금 접했다.
깊어진 내적 친밀감 덕분일까, YAMAHA의 팸플릿에서 'Bottleneck을 해소한다'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기회가 될 때 자세히 살펴봐야겠다.
3.
이때까지 Rack은 고정되어 있는 줄 알았다... Rack 내부가 움직이는 제품을 보고 놀랐다. 한 Rack 기업의 팸플릿을 보면 PALLET RACK, NARROW AISLE RACK 등 28종의 제품을 소개한다... 개념 일반화로 좁아진 시야의 위험을 다시 느꼈다.
4.
간혹 Edge Computing이라는 용어가 보였다. '무슨 뜻이지..?' 모른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지만, 모른 채로 넘어가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이기에 관련 회사 직원분께 여쭤봤다.
Edge Computing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인터넷이 아닌 로컬 장치(예: 스마트폰, IoT 장치 등)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이다. 응답 시간을 단축하여 네트워크 대역폭 혼잡을 완화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단일 기계들이 점점 자동화됨에 따라 점점 더 많이 필요해질 듯하다. 친숙해져야 할 개념이다.
결론
세상의 발전을 살펴보고, 어떤 역량을 습득해야 할지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전공 분야 이외에도, 기본적인 하드웨어와 통신을 알아야만 전공 분야를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따로 공부할 용기는 없지만, 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조만간 로봇은 우리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듯하다. 사람이 하지 못하던 일도 대신해 주겠지만, 사람이 하던 일도 대신할 것이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면, 사회적 논의와 함께, 개개인 각자도 어떻게 사람다움을 유지할지 고민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무너지기 너무나 취약한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돈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구성하는 가치, 존재감, 감정 등 다양한 방면에서 말이다)
AI, 로봇의 등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덕분에' 더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등장하는 반면, '때문에'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격차는 점점 커질 듯하다.
우리 모두가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서퍼처럼, 파도 덕분에 빠르게 나아가는 멋진 서퍼가 되기를 상상해본다.